자 격
유안진
초가을 햇살웃음 잘 웃는 사람, 민들레 홀씨 바람 타듯이,
생활은 품앗이로 마지못해 이어져도, 날개옷을 훔치려 선녀
를 기다리는 사람,
슬픔 익는 지붕마다 흥건한 달빛 표정으로 열이레 밤하늘
을 닮은 사람, 모습 있는 모든 것은 사라지고 만다는 것을 알
고, 그것들을 사랑하기에 너무 작은 자신을 슬퍼하는 사람,
모든 목숨은 아무리 하찮아도 제게 알맞은 이름과 사연을
지니게 마련인 줄 아는 사람, 세상사 모두는 순리 아닌 게 없
다고 믿는 사람,
몇해 더 살아도 덜 살아도 결국에는 잃는 것 얻는 것에 별
차이 없는 줄을 아는 사람, 감동받지 못하는 시 한편도 희고
붉은 피톨 섞인 눈물로 쓰인 줄을 아는 사람,
커다란 것의 근원일수록 작다고 믿어 작은 것을 아끼는 사
람, 인생에 대한 모든 질문도 해답도 자기 자신에게 던져서
받아내는 사람,
자유로워지려고 덜 가지려 애쓰는 사람, 맨살에서 늘 시골
집 저녁 연기 내음 나는 사람, 모름지기 이런 사람이야말로
연인삼을 만하다 할지어다.
나 자신이 그런 사람이고 싶다..
주위의 걱정어린 시선에 동요되지 않고..
그저 내가 사랑하고 싶은 것을 온맘 다하여 사랑하고..
남에게 강요당하여 길을 가는 것이 아닌..
내 마음 열정을 가득채워 일으키는 것에 몰입하면서..
깨지고 고통당하고 찢기어진다고 해도
순간순간을 내 자신 스스로 팔팔하게 살아내고 싶은 것이다..
세상이 바라는 내가 되지 않고..
내가 가고 싶은 곳을 향하여 느리지만 꾸준히 나아가고 싶다..
삶의 여유를 돈으로 사야하는 이곳..
도시를 벗어나고 싶다..









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