가져온 쓰레기는 되가져 갑시다  (정학진)

같지도 않은 말을 하고
글 같지도 않은 글을 쓰면서도
한 점 부끄럼 없이 산다고 착각하며 살아 왔다.

노래 같지도 않은 노래를 부르고
삶 같지도 않은 삶을 살면서도
대단한 일을 한 것인 양 뻐기며 살아 왔다.

본향으로 돌아가기에 앞서
이 땅에 남긴
모든 흔적을 지워야 한다.

인생의 어느 때인가
남아있는 날이 지나온 날보다 짧다고 느껴지면
조용히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.

소풍 와서 잘 놀았다면
산에게 감사하고
슬그머니 떠날 일이다.
깨진 병 조각과 사금파리,
음식 쓰레기는 비닐에 담아
조용히 되가져 가야 한다.
될 수 있으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야 한다.

왔었다는 흔적을 남기려
이름을 새기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며
기념비를 남기는 것 또한 몹쓸 짓이다.
그저 조용히
남아있는 흔적 지우며 찌그러져야 한다.
조용히 사라지는 연습을 해야 한다.

기억되는 건 복이지만
사라지는 건 은혜이다.

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

전에 정학진 목사님의 시를 검색하다가 찾은 또 하나의 시입니다.

비단 요즘 세대의 이름을 남기려
갖은 추한 일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 뿐만아니라..
저 스스로에게도 무엇을 위하여 그렇게 치열하게 살고 있는가를
돌아보게 주는 시였습니다.  

오직 그리스도의 사랑만이
저의 삶의 흔적으로 남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..
이전 1 2 3 4 5 6 7 8 9 ... 172 다음